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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Story

“나 노처녀야…뭐?! 문제있냐?”

by 대박꽃 2022. 12. 21.

대한민국에서 싱글로 산다는 것은 고단한 일이었다.
그래도 혼자 사는 싱글의 숫자는 꾸준히 늘었다.
자발적 비혼(非婚)도 늘고,비자발적 만혼(晩婚)도 늘었다.
어느새 주변에는 싱글들이 넘쳐난다.
싱글은 부모 세대에게는 여전히 비정상적인 문제로 취급되지만,
젊은층에게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싱글의 숫자는 6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벌어서 혼자 쓰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있다.
가사나 육아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 시간도 충분하다.


이런 조건 때문에 30대 전후로 구성된 우리사회의
‘싱글족(Single+族)’은 전체 인구집단 중 가장 활발한 활동성을 띠게 되었다.
오랜 세월 변방에서 숨 죽여온 싱글들이 중앙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삼순,대한민국 싱글들의 대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은 30대 싱글의 생활과 고민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가 등장시킨 노처녀 가운데 김삼순만큼 공감을 산 캐릭터는 없었다.
30세 노처녀 김삼순을 보는 극 중 어머니와 후배들의 시선에는 경멸적 분위기가 묻어있다.
그것은 싱글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시선을 상징한다. 그러나 김삼순은 주눅들지 않는다.
자신이 건강하고 정상적인 여성임을 강조하며,사랑이든 일이든 분투한다. 그것이 요즘 싱글들의 태도이다.
드라마는 30세의 뚱뚱한 요리사,
고졸에다 촌스럽기도 한 김삼순을 대한민국 싱글들의 대표선수로 링에 올려 사회적 편견과 싸우게 한다.
요즘같은 시대에 비웃음을 사기 십상인 김삼순이란 이름을 버젓이 제목으로 올린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야,뭐 문제있냐”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것은 “나 뚱뚱해,어쩔래?” “나 노처녀야,뭐 잘못됐냐”와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가 40%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2003년 ‘대장금’,2004년 ‘파리의 연인’ 뒤를 잇는 국민 드라마가 되고 있다.
‘삼순이 어록’이 돌고,‘3344(삼순이와 삼식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팬클럽이 생기는 등 ‘삼순이 신드롬’도 뜨겁다.
‘삼순이 열풍’은 싱글들을 소재로 한 대중문화 상품의 공감대가 매우 넓고,상품성도 크다는 것을 드러낸다.
또 싱글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거부감이나 경멸,연민 등에서
격려와 인정,포용 등으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싱글족은 이제 우리 사회 전 구성원들의 관심이 되고 있다.
20∼30대들에게는 자신의 얘기이며,친구나 언니,동생의 얘기이다.
30대 기혼자들에게는 얼마 전에 경험한 얘기가 된다.
장년층에게도 싱글족은 자식 중 누군가의 얘기이며,옆 집이나 친구 집 자식의 얘기이다.
싱글들,조연에서 주연으로 싱글족이 늘어나고 이들의 발언권과 활동성이 커지는 현상은 대중문화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왕자와 신데렐라의 낭만적 러브 스토리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 구석에서 가족이나 친구들의 구박이나 받던 노처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작품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2005)KBS 2TV에서 방송한  시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는 제목에서부터 노처녀를 강조하고 있다.
30대 싱글 세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시트콤은 싱글들의 심리와 생활을 코믹하게 그려내 인기를 얻고 있다.
케이블TV에서도 미국 시트콤 ‘섹스 앤드 시티’(OCN)가 열혈 팬을 형성하며 최고 인기 프로그램을 자리잡았고,
전문직 싱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리얼리티 프로그램 ‘싱글즈 인 서울’(온스타일)이
3편까지 제작,방송됐다.
영화에서는 2003년 개봉한 장진영 주연의
‘싱글즈’를 필두로 올해 ‘브리짓 존스의 일기’(르네 젤 위거 주연)나 ‘S다이어리’(김선아 주연)까지
노처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이 모두 흥행에서 성공했다.
가요계에서도 이상은 김윤아 빅마마 김건모 이현우 윤종신 등이
30대 싱글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노래들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결혼이나 육아 등 사회가 지운 의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욕구가 커지고,
또 실제로 그렇게 살아도 별 문제가 없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싱글을 정형화된 집단이라기 보다 개성적인 주체로 보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기자 njkim@kmib.co.kr